공중 주차장
추석 연휴에 꼬맹이 둘 데리고 영화 보러 차를 몰아 신촌에 나갔다. 명절이면 혼자 훌쩍 집을 나와서는 여기저기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시절의 기억도 이젠 잘 떠오르지 않는다. 나이를 먹고, 부모님과 함께 사는 대신 내가 부모가 되고, 가족의 대소사를 지휘하시던 조부모님들의 역할을 부모님 세대가 이어가게 되고, 풍성했지만 번거롭기도 했던 명절 준비 과정은 상당히 변형되고 단순화되고, 구경이나 하면서 내 배불리 먹기만 하면 되었는가 싶더니 이젠 어른들께 드릴 선물 고르느라 고민하는 아내 옆에서 적당히 맞장구를 치는 입장이 되었는데... 쑥쑥 자라나는 다음 세대들을 바라보노라면 이런 저런 걱정에도 불구하고 든든한 구석이 없지 않은데,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약해지고 병들어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 된다. 어쨌든 나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도 되고 말이다. 한번도 와 본 적 없는 극장에서 천하 태평한 녀석들과 잠시나마 마음을 비우고 영화를 보며 깔깔댄다는 것은 정말이지 멋진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