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가 사라졌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것은 올 봄 어느 수업시간이었다. 처음으로 본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년전 어느날. 짧지 않은 어학과정을 마치고, 그 중간 파리로 이사도 하고, 결국 입학한 대학의 첫 수업이 시작하기 몇분 전. 직관적인 방식으로는 도저히 극복하기 힘든 강의실 번호매김 때문에 짧지 않은 시간 방황한 끝에 간신히 다다른 강의실 앞이었다. 벌써 강의실 문앞에 여럿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객관적 주관적 정황으로 볼 때 강의가 있어선 안되겠다 싶은 느낌이 들었다. 어쨌건 그곳에 줄지어 있던 모두가 잘못된 강의실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고, 또 한바탕 대이동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 A와 처음으로 인사를 나눴다. 딱히 이유를 설명하긴 힘들지만 어쨌건 일본인일 거라고 예상을 했었는데, 실은 대만인 이었다. 무엇인지 잊어버렸지만, 대만의 대학에서 영화가 아닌 무언가를 공부했다고 말했다. 이름을 물었을 때, 본명이 아닌 A로 시작하는 좀 감상적인 필명같은 것을 대신 알려줬고, 지니고 다니는 수첩에는 한자로 무언가가 잔뜩 적혀 있었다. 별로 나다니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뭔가를 읽거나 이야기를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다. 늘 작고 또박또박 그러나 느릿한 말투로 - 적어도 프랑스어로 말할 때에는 - 이야기를 했는데 어찌보면 낯선 사람에게 말붙이기를 수월하게 하지 못하는 타입이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느 날은 내게 담배를 피우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모르겠다며 왜 피우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 어쩌면 담배피우는 남자가 등장하는 소설이나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그저 중독일 뿐이라고 얘기해 주었다. 그 대답이 충분했었는지 아니면 더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는지 그의 표정이나 대꾸가 잘 기억나지는 않는데 괜히 그 모습을 떠올려보고 싶어진다. 그리고 조금 더 설명을 해 줄껄 그랬다는 부질없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면 얘기가 무척이나 길어졌을 지도 모른다. 어디에서 피우는가, 몇 시에 피우는가, 그 전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