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007의 게시물 표시

Avant la pri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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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선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인데, 이곳 프랑스에 온 이후로 벌써 세 번이나 시립 도서관에 가입을 했다. 처음 Nantes에서, 그리고 Paris, 가장 최근에 Montreuil에서. 도시마다 그리고 한 도시 내에서도 사는 곳에 따라 열심 히 출입하는 곳이 달라지는데(당연한 소리!), 집 근처에 마침 맘에 드는 도서관이 있으면 무척 뿌듯한 기분이 든다. 동네 도서관에서 주로 빌려보는 것들이라면 만화, 잡지책, 음악 CD등이다. 일본만화책이 많이 눈에 띈다는 것이 꽤 인상적이고, 종종 천계영의 오디션 같은 한국 작품들을 발견하면 신기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다. Avant la prison - Kazuichi Hanawa 작. 중세의 일본, 총을 만드는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는 여자 아이, 부잣집 딸로 태어났으나 끊임없이 고통에 시달리는 소녀. 그리고 현대의 일본, 완전히 녹슬어 버린 권총을 원래의 상태로 만들겠다고 닦고 고치는 일에 여념없는 한 남자. 직접적인 연관 없이 서로 다른 두 시대의 이야기가 번갈아가며 진행된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지는 않으나 두 시대의 두 남자들은 총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중세시대의 한 아버지는 생계를 위해 총을 만들어 판다. 아내는 떠나고 어린 딸과 아주 소박한 삶을 꾸려가는데, 스스로 설명하지는 않으나 그가 겪은 삶의 어려움에 대해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현대의 총을 고치는 남자는, 생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어릴적부터 가져왔던 총기에 대한 열정을 위해 아주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그의 지저분한 집, 먹는 음식 들로 미루어 그 역시 사치와는 관련이 없는 인물이다. 그러나, 서로 너무 다른 두 시대, 각 시대에서 서로 다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두 사람은 총을 다룬다는 공통점 외에 다른 많은 점을 공유하지는 않는다. 중세 시대의 이야기는 주로 꼬마 여자아이의 눈을 통해 진행되나, 정작 이야기의 중심 인물은 부잣집 따님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정신적인 고통을 당하는데, 이야기의 끝무렵에 ...

카드게임 하는 여자

A동 1층의 여러 출입구 중 하나, 밖으로 한걸음 내딛자마자 바로 오른편에 보이는 어느 사무실. 조금 열려있는 창덮개를 통해 보이는 컴퓨터 화면에는 언제나 스파이더 카드게임이 실행중이다. 자리가 비어 있을 때에는 그저 묵묵히, 누군가 자리하고 있을 때에는 카드들이 이곳 저곳으로 바쁘게 옮겨다닌다. 그 일관성과 꾸준함이 놀랍다.

HENNION 선생님께 드리는 질문

(어째 작년 강의때보다 더욱 진지한 자세로 임하게 되는군요. 한살 더 먹어서 그런건지 아니면 그 사이에 현실의 무게를 더욱 잘 느끼게 된 건지 자문하고 있습니다.) Licence 졸업을 위한 dossier 주제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주제를 선택함에 있어서, 향후 자신이 지망할 Master의 세부 분야(Réalisation, Théorie 등)를 고려하는 것이 중요할까요? 즉, Réal쪽으로 진로를 결정한 학생이, 아주 이론적인 내용에 대해 논문을 쓰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이 안되는 얘기일까요? 선택은 개인이 하는 것이지만, 결국 Master로 올라가는데 마이너스로 작용하게 될까요?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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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가족과 함께한 짧은 영국여행. 3박 4일간 한푼의 돈도 쓰지 않았고, 별로 이곳저곳 많이 돌아다니지도 못했던 특이한 해외여행 경험. 영국여행

하얀 거탑 - 14회

짜증스러우면서도 많은 즐거움을 선사하는 최도영(이선균) 교수. 정말로 끝까지 가기를 너무나 선호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아무리 애써도 결코 그의 입장과 행동에 대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기가 힘들다. 몇몇 정황으로 봤을때 꽤 산다는 집안 자식으로 보이고, 따라서 직업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결코 굶어죽는 사태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아내의 입으로부터 밥 굶기지 말아달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한 인간의 상승이니 추락이니 하는 문제는 결코 절대적인 기준에 의해서 판단할 문제가 절대 아니라고 뻔한 사실을 되새기게끔 만든다. 그에게 있어 가장 감명깊은 점은, 결코 논쟁에서 지는 적이 없다는 점이다. 진료부원장(김창완) 의 협박과 회유에도 절대로 듣기좋은 소리하나 하는 법이 없다. "자네는 XXXXXX 생각하나?" "YYYY일지 몰라도 ZZZZ라고 생각합니다." 대략 이런 대화의 원형이 그의 주변을 공기처럼 감싸고 있다. 이번엔 대체 어떤 식으로 (부드럽게) 그가 받아칠 것인지 기대하며 그의 곤경같지 않은 곤경을 바라보는 것은 이 드라마가 주는 또 하나의 즐거움.

하얀 거탑 - 13회

역시 이 드라마에서 가장 많은 웃음을 선사하는 인물은 단연 이주완 과장(이정길). 실제로 드라마를 보기 전에 몇몇 기사를 읽고는, 장준혁(김영민)은 나쁜 인물이고 이주완은 좋은 인물일 거라고 생각했더랬다. 그런데 왠걸 초반 몇 회를 마치고 나니 장준혁이야 말로 쿨한 인물이고 이주완이 진정한 위선자로 보였다는 것. 물론 새로 과장에 취임하고 얼마동안의 장준혁의 행보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럴 만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싶었던게 사실이다. 반면, 딱히 매력도 없고 좋은 점이라곤 거의 찾아볼 수 없는 이주완은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하고 나니 딱하다고 할 수 밖에. 나쁜 정이라도 들려면 자주 얼굴을 비추고 뭔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자기 집 서재에 틀어박혀 성경이나 들추는 인물이 무슨 좋은 인상이고 나쁜 인상이고 줄 수 있겠는가 말이다. 하지만 이주완의 진정한 매력은 - 오로지 나의 개인적 취향에서 -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어필하기 시작했다. 외부에서 추천받은 과장 후보자의 이력서를 엉뚱한 프린터에서 인쇄해 놓고는 - 회사 다닐때 나도 이런 실수 좀 해봤더랬다. 그래서 남의 일 같지 않다. - 어정쩡한 자세로 열심히 뛰기 시작하는데, 그 당황해하는 표정이며 행동거지 모두 여간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또 언젠가는 호텔 로비를 살같이 달려서는 까마득한 후배의 호텔방 문앞에서 주저앉지 않나, 또 오과장에게 고자질할려다 그걸 다시 되담겠다고 또 뛰지 않나... 그의 망가진 연기는 측은함을 가볍게 넘어서 더 높은 '어떤' 곳까지 한없이 올라가버렸다고 말할 수 밖에. 꽤 오래전에 한국영화 '반칙왕'에 대한 감상문을 쓴 적이 있었는데, 그때 송강호가 어떤 장면에서 뻘쭘한 나머지 하염없이 달려가는 장면에 대해 아주 마음에 들었노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얼마전 보았던 영화 'Little Miss Sunshine'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두 장면이 있었다. 주인공 꼬맹이의 나약한 지식인 삼촌...

타짜

이로써 2006년 한국영화 최대 흥행작 3편을 모두 보았다. 허영만 원작에서 바뀐 설정들에 대체로 불만은 없으나 정마담에 대해서는 좀... 고니에 대한 각별한 감정이 더해지면서, 캐릭터의 힘이 좀 약해지지 않았는가 싶다. 적어도 화투판에서의 전투에 관한 한, 고니의 적들은 만화에 비해 더욱 약해진 느낌이다. 그게 아니면, 단지 그들의 근성이 줄어들었던지. 조승우, 백윤식의 연기는 늘 그렇듯 별로 흠잡을 곳이 없으나, 그렇다고 감명을 주는 것도 아니다. 김혜수의 역할이나 연기는 대체로 불만족스럽다. 놀라울 것도, 기대한 것 이상 혹은 이하로 실망하거나 반가울 것도 없다.

다시 처음...

쓸데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다시 끄적임을 시작한다. 오래 계속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