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08의 게시물 표시

학교, 학기말

지난 몇주간 꽤 정신없이 지낸 것 같은데, 무엇때문에 바빴는가 생각해 보면 master 과정 진학 서류, 수업 기말 리포트 등의 굵직한 이슈들이 떠오르기는 하는데, 그래서 과연 실제로 무엇을 했는가 하는 데에서는 약간 막연히 별일 없었던 것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어 좀 허망하다. 자칭 생산적인 일은 아무것도 안하면서도 즐겁게 잘 지낼 수 있는 타입이긴 한데, 그게 좀 잘못된 생각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주어진 임무를 만족스럽게 마무리짓지 못한 탓인지 조금 헛갈린다. 아무래도 구체적인 것들을 손에 쥐면서 사는 것이 훨씬 마음이 편한 것 같다. 한참을 끙끙대며 끄적인 메모들 보다는 깨끗한 레이아웃으로 인쇄해 스테플러로 콱 찍어놓은 인쇄물을 손에 쥐고 있을 때 더 뿌듯하고, 그럼에도 마감에 쫓기느라 다시 읽어보려면 낯뜨겁겠구나 하는데 생각이 미치면, 며칠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어제 오전에 도착한 유로스타 기차표 뭉치가 더 그럴듯하게 느껴지니 말이다. 또 최소한 몇 달을 넘게 끙끙대며 끄적거리게 될 시나리오를 하루는 조금 만족스러워 하다가 그 다음날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 허무해하고 하면서 그 세월을 또 어떻게 버텨나가나 ? 어찌보면 창작의 과정이란게 인간의 본성, 아니 나의 본성에 절대적으로 반하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신 뭔가 안되간다 싶을 때에는 그만큼 딴짓을 하면서 얻는 즐거움이 크다는게 보상이라면 보상. 어제 점심무렵 과 건물에서 도서관으로 가는 길에 있는 홀에서 학생들의 재즈 연주가 있었다. 좀 싱겁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있었는데 예상을 넘어 훨씬 그럴 듯 해 한시간여 땡땡이친 자의 마음을 한결 편하게 해 주었다. 그 마지막 몇 분간의. 불완전하긴 하나 아무것도 아닌 것은 아닌 재현. 20080529_fac -

Great DJ - The Ting Tings

뒤늦게 어느 포드캐스트를 통해 알게되었는데, 요즘 자꾸자꾸 듣게 되는 노래. The Ting Tings -Great DJ

point, c'est nous - 촬영장에서

4월 18, 19, 20일 3일간 Verenice의 단편 Point, c’est nous의 촬영이 있었다. 예상치 못하게 스크립터로 3일간, 사진사로 1.x일간 일하게 되었는데, 짧지만 격렬한 이 며칠을 보내고 꽤 한참동안 누적된 피로와 싸워야 했다. 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야심차게 계획을 이끌어 왔으며 아직도 계속하고 있는 그녀의 용기에 감명을 받았으나 실제로 돌아가는 상황은 그닥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약 스무명이나 되는 스탭들과 일하다 보니 그들 각각의 외모, 성격, 일하는 방식, motivation도 가지가지. Wesley를 필두로 한 촬영팀은 이미 수많은 작업을 같이해 온 탓인지 손발도 잘 맞는 듯 보였다. 생각보다 작업하는 속도도 빠르고 상황과 감독의 주문 사이에서 잘 처신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연출부 내에서의 불협화음은 좀 피곤한 수준이었고, 때문인지 배우들과 여타 스탭들에게까지 나쁜 영향을 미쳤다. 그 틈에서 그냥 포커페이스로 일관하는 것 만으로도 뭔가 특별한 인상을 남길 정도로. 또 이상한 디테일에 집착하는 버릇이 도져, 3일 내내 마치 일개미처럼 쉴새없이 게다가 군말없이 – 적어도 촬영시간 동안에는 – 움직이는 machino, électro 커플은 특히 내 관심을 끌었다. 상대적으로 무척 과묵한 통에 괜히 관심을 더 끌게 만든 Clément은 역시나 특별한 친구였음이 밝혀 졌다. 틈나는 대로 시와 소설을 쓰고 있다나 ? Sylvia는 촬영이 마칠 시간이면 이건 노예나 다름없다며 항변하다가 결국 울음까지 터뜨렸는데 안쓰러운 생각이 들었다. 음향을 담당한 두 명의 콤비중 하나인 Julien, 떠벌리기 좋아하는 전형적인 프랑스인들과 구별되는 성향 때문에 예의 그 디테일 집착이 되살아나 짬짬이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나누었다. 원래 메이킹 필름을 담당하기로 한 Romuald는 첫날 촬영 이후로 여의치 않은 상황 때문에 다른 궂은 일들을 도맡아 했는데, 늘 부드러움을 잃지 않아 그 훌륭한 인품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첫날 이후로 무대 담당이 사라지고...

The Grass is Greener (1960)

아기들이 대거 등장하는 영화의 크레딧이 정말 볼만하다. 제한된 공간, 적은 인물, 있을 법 하지 않은 플롯 때문에 영화라기 보다는 연극적이며,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판단은 사실 심리학적, (사실주의적 주류 영화라는) 관습적 결과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이 작품이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대단한 걸작의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겠다는 의견도 물론 아니다. 어쨌거나 뮤지컬 영화로 이름을 알린 감독의 비 뮤지컬 작품을 감상했다는 점에 나름 의의를 두게 된다. 이미 "it's always fair weather"에서 선보였던 split screen 시퀀스는 특히 흥미롭다. 비록 음악은 없지만 두 화면속 인물들의 동일한 리듬, 움직임은 바로 뮤지컬 영화의 안무를 연상케한다. 물론 이런 도드라진 예 뿐 아니라 인물간의 대화, 인물의 움직임, 화면속 composition, 영화의 편집 등 모든 면에서의 템포, 리듬에 대한 음악성에 입각한 분석은 한없이 이어질 수 있다. 로버트 미첨, 캐리 그랜드, 데보라 커, 진 시몬스 등 배우들의 존개가 무척 안정감을 준다. 오래된 헐리우드 코미디, 뮤지컬 등에서 보는 스타 배우들을 보면 이런 인상을 많이 받게 된다. 마치 숙련된 인부의 작업을 지켜보는 것 같은. 그게 단지 그들의 재능 때문인지, 시간에 의한 오라 효과 때문인지, 개인적인 향수 때문인건지는 명확히 구별하기가 좀 힘들다.

Funny Games U.S.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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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평화로운 풍경, 음악, 게다가 너무나 행복해 보이는 표정.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비현실적인 느낌이 드는 가족의 즐거운 한때. 돌연 시끄러운 음악과, 선동적인 타이틀, 이어지는 악몽같은 사건. 악마같은 콤비 중 하나인 폴은 어느 순간 관객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그들의 범죄에 동참하라는 권유와 다름 아니다. 후에 그는 이미지와 현실의 구별이 가능한가 하는 의문을 제기한다. 그는 영화속 상황을 장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영화라는 장치적 상황까지 제어 – 필름을 거꾸로 돌리는 – 한다. 그에 비하면 관객에게는 별다른 선택이 없는 듯 보인다. 그저 영화를 계속 보던지 아니면 자리를 떠나던지. 물론 이 두 입장은 전적으로 옳지 않다. 모든 것을 제어하는 듯 보이는 악당은 사실 그렇게 보이도록 철저히 구성된 존재이고, 관객은 보고 보지 않을 것을 그저 선택함으로써 현재 상영중인 미래에 상영될 프로그램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 더이상 관중이 존재하지 않는 피묻은 텔레비전속의 스포츠 중계는 과연 계속해서 존재하는 것이며 계속해서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 감독의 의도는 폭력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은 듯 보인다. 정작 인물들이 살해되는 장면들은 의도적으로 보이지 않거나 우스꽝스럽게 과장되거나 디테일이 생략되어 있다. 조심스럽게 보여지는 것은 대신, 행동이 아니라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엄포와 의지의 표현이다. 폭력을 직접 보여주는 것이 폭력에 대한 서술보다 과연 더 폭력적인 것인가 ? 둘 사이에 과연 차이가 존재하는가 ? 무엇을 걸고 하느냐에 따라 하나의 게임은 수없이 많은 다른 게임으로 변형된다. 또 하나의 게임에 임하는 두 당사자는 하나의 목표가 아닌 서로 다른 목표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 어쩌면 감독은 관객의 주의를 끌기 위한 싸움을 하고, 관객은 즐거움을 얻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일 수 있다. 혹 한쪽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숨겨진 규칙이 있음을 말하고자 하고, 다른 한쪽에선 그 의도를 해석코자 게임을 계속할 수도 있다. 물론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