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을 무척 좋아한다. 하지만 시간날 때마다 들른다거나, 들르기 전 열심히 공부를 해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단지 게을러서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이런 저런 상황들이 어째 마냥 느긋하게 만드는 탓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박물관에서 가끔 설레일 때가 있다. 어렸을 적엔 한적한 박물관이 주는 묘한 분위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그다지 사람도 많지 않고 찾아보면 어두운 구석이 여기저기 보이는 그런 곳에서. 전시물들은 어쩐지 오랫동안 깊은 잠에 빠져든 것처럼 보이고, 그것들이 어떤 계기가 된다면 다시 살아움직일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곳을 언젠가 여자친구와 함께 아주 천천히 오래오래 걷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꼭 전시물 뿐 아니라 박물관의 이름, 장소, 그 주변의 환경, 건물의 색과 모양, 질감, 분위기 모두가 다 발견의 대상이다. 발견의 기쁨은 기대하지 않았을 때, 불쑥 다가왔을 때 더욱 반가운 법이다. 남들은 이런 것들을 보고 있겠지 하는 생각에서 벗어났을 때 종종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래의 사진은 용산의 국립 중앙 박물관. 실은, 이전한 줄도 모르고 광화문에 갔다가 다시 용산으로 가야만 했다. 피곤하기도 했고 찬찬히 둘러볼 여유도 없었는데, 아직 공간이 넉넉한 새집같은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