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020의 게시물 표시

왕좌의 게임 - Game of Thrones (2011 ~ 2019)

부담때문에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데, 많이 화제가 되길래 크게 맘 먹고 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일년만에 완주에 성공했다... 초반엔 별 생각없이 폭력과 에로티시즘 덕에 쉽게 몰입할 수 있었고, 여러 세력들의 역학 관계가 흥미를 지속시키고, 볼턴 같은 변태적 인물이 강한 자극을 주는가 하면, 베일리시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일까 궁금해하기도 하며 제법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수많은 인물들이 다채로운 모험을 벌이는 통에 취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최근의 경향에 비추어 지나치게 마초적으로 여성 신체 노출을 이용하는 것이 조금 놀라울 지경이었다. 시리즈가 시작한 9년 사이에 세상이 이렇게 많이 변한 걸까? 대너리스의 캐릭터가 마초성 문제를 얼마간 상쇄한다 싶었는데, 그녀의 마지막을 보고 좀 맥이 빠졌다. 남성 제작자 - 작가, 감독 등을 싸잡아서 - 가 여성 캐릭터를 필요에 의해 소모하는 느낌이랄까?  물론 티리온 라니스터라는 캐릭터는 여러 면에서 오래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시리즈의 막바지에는 사실 좀 지치기도 하여 드라마에 몰입하기가 힘들었는데, 뜬금없게도 제이미와 서세이가 마치 인류 중 둘만 살아남았다는 듯이 열을 올리는 모습에 가슴이 좀 뭉클했다. 

테넷 - Tenet (2020)

우크라이나 오페라 극장에서 일어난 테러 현장에서 임무 수행 그리고 이어지는 위기 상황에서 자살약을 먹은 주인공. 그러나 그는 죽지 않고 깨어나고, 그를 시험하기 위한 테스트였다는 설명과 세계를 구하기 위한 임무를 부여받는다. 단지 설명은 손가락을 깍지 끼는 제스처와 '테넷 TENET'이라는 단어뿐. 단서를 따라가던 주인공은 사토르 SATOR 라는 인물에 다다르게 되는데, 그가 미래에서 전해온 인버전 Inversion 기술을 이용하여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주인공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닐 Neil 이라는 요원과 팀을 이루고, 사토르의 아내인 캣 Kat 에게 접근한다... 인버전이란 아이디어가 퍽 신선했는데, 단지 시간 여행을 넘어 시간의 역행과 순행이라는 독특한 묘사를 가능케 하는 탓이다. 한 가지 의문이 들었는데, 순행자와 역행자 간의 상호 작용이 영화 속에서처럼 이루어질 수 있는가 하는 것. 시간의 한 순간이 아닌 연속적인 일정 시간 동안 두 주체 간의 격투 또는 추격과 같은 행위가 불가능하지 않을까? 이야기의 복잡함에 비해 인물들의 심리는 상당히 소홀하게 다뤄지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이에 대해 큰 불만은 없다. 다만 그럼으로써 주인공은 말 그대로 그냥 '주인공'이 되고, 살아 움직이는 인간이라기보다는 어떤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 잡게 되는 것 같다. 그러면 영화는, 과거의 사건을 두 눈으로 목격하는 것마저 가능해졌으나 정작 이를 어찌할 수 없다는 무력함 앞에서, 인간에게 남은 몫은 무엇일까 고민하기를 청하는 우화가 된다. 이야기 자체로 가슴 서늘한 우화라면, 주인공의 어디서 태어나 어떻게 자라나서는 어떤 여자를 사랑하게 된 것인지 아닌지 따위는 굳이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을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아주 좋은 우화라고 선뜻 결론 내리지는 못하겠다. 복잡한 플롯과 수많은 정보를 짧은 시간 동안 파악하기에 급급한 탓인지 - 나이를 먹을수록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 -, 비어있는 듯해도 그 빈자리를 상상력으로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