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10의 게시물 표시

허블 망원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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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설레도록 인상적인 이미지들을 보내주던 허블 망원경이 벌써 20주년을 맞았단다.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컴퓨터의 바탕 화면을 바꿔 보았다, 아래의 사진으로. Source: Hubblesite.org 이런 이미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우주에 관한 온갖 로맨틱한 상념들이 다 떠오른다. 여름 밤의 시골 외할머니댁 마당의 평상, 칼 세이건, 콜린 윌슨, 한국에서의 학부 시절에 들었던 교양 천문학 강의, 어느 한국 영화의 한 장면, 그리고 순전히 내 상상 속에서 존재하는 벽지에서 스니커즈를 하나 입에 물고 밤마다 천문대의 천정을 열어젖히는 이름모를 천문학자...

Azusa의 영화, Ben Russell, 개밥바라기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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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학교 친구 Azusa의 부탁으로 그녀의 단편 영화의 몇 씬을 촬영하러 함께 나섰다. RER D선을 타고 Brunoy에 도착하여 근처 숲으로 들어섰다. 개울 이라고 하긴 제법 수량이 많은 지류도 흐르고 있었고, 들풀, 들꽃, 나무들이 화창한 날씨에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물가에 자리를 잡고 자기 스스로 분장을 마친 Azusa와 간단히 씬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역시 그녀가 가져온 캠코더와 삼각대를 이용하여 촬영을 시작했다. 녹음할 필요는 없었으므로 비교적 신속하게 촬영을 할 수 있었다. 강물위에 작은 배가 인형을 싣고 떠가고, 연형와 연결된 빨간 실을 그녀가 잡고 있다. 어느 순간 그녀는 실을 끊고 배와 인형은 물살을 따라 천천히 사라져가는 것이 그 내용. 작업을 다 마치니 오후 3시경, 잔디밭에서 Azusa가 가져온 주먹밥을 하나씩 나누어 먹고, 역 부근까지 걸어와 카페에서 맥주를 한잔씩 마시고 다시 파리로 돌아 왔다. 집에 도착하자 마자 다시 밖으로 나가, 공원에서 놀고 있는 동규 일당을 맞았다. 잠시 놀다가 다시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오랜만에 씨네마떼끄에 영화를 보러 갔다. 단편 4편을 묶어 상영했는데, Ben Russell의 Black and White Trypps Number Three, The Wet Season, Terra Incognita 그리고 Mati Diop의 Atlantiques를 보았다. 첫 단편 Black and White...는 한 밴드가 공연하는 가운데 트랜스에 빠져드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잡아냈는데, 작품 자체도 강렬하긴 하지만 화면속의 이름모를 젊은이들 모습에 상당한 인상을 받게 된다. 물론 예민한 관객이라면 이런 종류의 영화 제작이 정당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체험 그 자체에 더 관심이 간다. 두번째 The Wet Season은 작가가 수리남에서 수집한 사람들의 말과 생활상들을 그려보이는데, 솔직히 중간에 잠시 잠이 들기도 했다. 그의 세번째 단편은 이스터 섬의 풍경을 인상적으로 보...

다시 읽기 시작

Le Grand Meaulnes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저작권이 풀린 ebook 파일을 gutenberg.org에서 다운로드 받아 컴퓨터에서 읽는다. 작가와 작품에 대해 wikipedia에도 대략의 정보가 있긴 하지만 더 자세한 정보는 legrandmeaulnes.com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작가 Alain-Fournier와 Yvonne과의 만남에 대해 상세히 설명되어 있다. 대충 이런 얘기다 : 1905년 산책 중에 한 젊은 여성을 만난 작가. 소설속에 묘사된 것과 같이 잠시 한 배를 타게 되고, 이후 함께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눈다. 그후 그는 그녀를 만나지 못하나 일년 쯤 후, 그녀가 결혼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다. 그 후, 병역, 다른 여성과의 연애, 소설(물론 le Grand Meaulnes) 집필 등을 하게 된다. 그리고 처음의 만남으로부터 8년만인 1913년, 그녀를 마지막으로 만나게 된다. 이때 그녀는 이미 두 아이의 어머니였다. 같은 해 소설이 출판 되었고, 다음해 그는 전쟁터에서 전사한다. 소설 속 주인공이 우연히 Yvonne이라는 젊은 여성을 만나게 되고, 그 후 미친듯이 그녀를 다시 찾게 되나 결국 실패하게 되고, 그의 친구가 한 단서를 얻게 되어 결국 두 사람이 다시 만나게 되고, 결혼, 또다시 떠나는 모험... 작가의 경험을 모르고 읽은 소설도 흥미롭긴 하지만 약간의 배경 지식과 함께 읽을 때의 감흥은 더욱 각별하다. www.litteratureaudio.com 에서 오디오북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도 있다. 물론 프랑스어 버전.

밤샘, 인터넷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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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고민해서 밤잠도 설쳐가며 문서작업을 하고, 남들 일어나는 시간에 겨우 친구에게 메일로 날렸다. 한국에 있는 친구가 나 대신 문서를 전달할 임무를 띠고 인쇄는 어떻게 잘 했는지 어쨌는지 하는 틈에 억지로 아침을 입에 구겨 넣고, 꼬맹이를 학교 데려다 주고 침대에 기어들어가 한 두시간 잤다. 스스로의 행복을 위하여 굳이 점심을 집에서 먹고야 마는 꼬맹이를 데리러 다시 학교에 가서 손목을 이끌어는수퍼에 들러 파스타 소스 하나 사 집에 와 또 잠깐 눈 붙이고, 점심 먹으러 다시 깼다가, 먹고 다시 침대에 기어들었다가, 최종적으로 다시 아이 학교 데려다 놓으려고 일어나 나갔다 와서 인터텟 전화로 친구를 불러냈다. 평소 이메일이나 홈페이지 따위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묘한 느낌을, 이 전화기를 보면서 받곤 한다. 처음 인터넷선에 연결하고 전원을 켰을 때 자기 혼자 열심히 뭔가 설정을 하는 것도 그렇고, 어디를 가더라도 같은 번호를 가지고 갈 수 있다는 사실 따위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지 놀라운 뭔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중학생 시절, 백일장날 시내 고궁의 한 매표소를 보면서 '그 속에 있으면 외로울까 아니면 낯선 사람이 반가울까?', 조금 더 어렸을 적 과학관의 한적함에서 받았던 느낌을 훝날 에코의 '푸코의 진자' 앞부분을 읽으며 다시 떠올렸다거나, 하루키씨의 소설에 등장했던 도서관의 묘사라거나... 정색을 하고 다시 보면, 뭐 대단한 게 있겠냐고 시큰둥해 지지 않을까? 사실은, 잠이 슬슬 깨기 시작하면서 전날 밤에 썼던 것들이 갑자기 우습고 그것때문에 부끄러워지고 했더랬다. 몰래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취중에 썼던 연애 편지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또 부끄럽고 그렇다. 끝으로, 엎어지면 코닿을 우리 집앞 지하철역 사진 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