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07의 게시물 표시

Kings of Convenience

기분도 그렇고 어찌어찌 해서 지난밤 자정 넘어 동네 버스정류장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 지나가는 자동차, 주정뱅이, 연인들, 경찰, 오토바이 등을 멍하니 보고 있는데 어느새 옆에 뉴 칼레도니아에서 왔다는 얼굴이 땀에 젖은 한 남자가 있었고, 함께 담배를 나눠 피우고 더듬더듬 얘기를 조금 하고, 그가 럼주를 꺼내기에 한모금 얻어마시고, 귀찮지만 하도 권하길래 그의 가죽점퍼를 한번 입어봐줬는데. 기다리던 버스가 오자 그가 마시던 술병을 건네주고는, 자기 이름을 알려주고 내 이름을 묻고는 웃으며 버스에 오르더라. 남은 술을 홀짝거리며 아이포드를 꺼내 Kings of Convenience의 Quiet is the new loud를 들었다. 전에 들었을 때는 그저 그렇거니 했는데 수시로 들려오는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약간 알딸딸한 정신과 허전한 마음 따위를 배경으로 놓고 들으니 정말 굉장한 느낌이었다. 그나저나, 그룹명을 볼때마다 편의점이 떠올라 킥킥거리게 되는데, 본 뜻은 무엇일까?

방학 맞이

또하나의 학기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한국에서 가족들을 만날 생각에 가슴이 막 울렁거릴 지경이다. 이번 금요일, 정말이지 그 느릿함이 놀라운 지경인 Luciani 선생의 강의를 뒤로하고, 일요일 러시아항공 비행기에 오른다. 분명 비행기내에서는 엄청난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혼자라면 홀가분하고, 둘이라면 적적하지 않고, 셋이라면 재난 수준의 사건이 터지더라도 놀랄 일이 없으니. 결점투성이긴 하나 그럭저럭 편집을 하고 export 명령을 내려 놓고 진행바가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것, dvd에 담기 위한 인코딩시간, 내가 제공한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디스크에 담기는 것을 기다리는 건 정말 근사하다. 이 단순한 작업 전후로 사실상 달라진 것이라곤 없는데도 어쩐지 후련하면서도 허전한 느낌이 들기 시작한다. 이젠 또 무엇을 할 것인가? 학기 중에도, 방학을 맞아 한국에서 보내는 시간도, 늘 비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어쩐지 어딘가에서 멈춰버린 유예된 시간을 사는 기분. 먹고살기 위해 땀흘려 일하지 않는다는건 정말이지 환상적인 일이다. 게다가 방학을 맞아 그마나 단순한 활동까지도 멈추고는, 또 비행기를 10시간 넘게 타고 더 느긋한 시절을 맞으러 떠나는 기분. 비슷한 기분을 꽤 오래전, 대학 새내기 시절에도 느꼈었던가? 졸업후 몇년간 지겨운 회사생활을 겪으며 이런 진공상태에 대한 그리움을 그간 너무 많이 키워왔던건가? 궁극의 방학 일정은 2007년 6월 11일 인천공항에서 시작해, 같은해 8월 2일 역시 같은 장소에서 끝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