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늘 그래왔기 때문에 다시 말을 꺼내기도 새삼스럽지만, 여름방학은 일견 길어 보이지만, 무척 빨리 지나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막판에는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 때문에 허둥거리게 된다. 인생이란게 그런거 아니냐고 묻는다면 대답하기에 아직 좀 나이가 적지 않은가 싶긴 하지만 다행히도 망각이라는 작용 때문에 미처 끝내지 못한 수없이 많은 중요한 일들을 그냥 어물쩡 지나칠 수 있지 않느냐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3달이 넘는 여름방학이라는 기간은 그러기에는 퍽이나 짧은 기간이다. 메모를 해놓지 않는다 해도 어떻게 소논문과 인턴 과정의 이수가 학위 수여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 있느냐는 말이다.
남들보다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는건, 다행히 그 기간동안 누나의 결혼식도 있었고 그때문에 가족들도 멀리 이국땅까지 날아왔고, 그 사이에도 아이는 매일 세끼를 먹이고 가능하면 낮잠도 재워야 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 모든 일에 있어 내 역할이 지극히 미약한 것이라 할 지라도, 한 가족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적당히 무임승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래, 한 가족의 범위 내에서 볼 때 충분히 파란만장한 여름을 나 역시 함께 살아냈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찌어찌하여 계속해서 논문제출과 인턴 이수의 대드라인을 한 15번 정도 나의 재량으로 연기를 거듭한 끝에 한국에서 뜨끈하고 습습한 여름을 맞게 되었다. 가족들에게 약간 미안했지만 완전히 고개를 숙이지는 않고 나름 당당하게 시립 도서관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매일같이 책상을 마주했는데, 하고자 하는 것은 막히고 대신 열심히 책을 읽어댔다. 사라마구의 책을 한권 더 읽었고, 에코의 최신작과 에세이집도 보고, 컴퓨터가 번역한 것 같은 영화 기술에 대한 책도 보고, 뜬금없이 김소진의 소설집도 보고, 황석영도 보고, 신예 작가들의 소설집도 보고…
역시 세상일은 이상한 곳에서 묘하게 통하는 법인지, 프랑스로 돌아와서도 열심히 읽어대고 있다. Modiano의 가장 최근 소설을 읽었고, Alain-Fournier의 Le Grand Meaulnes – 이전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적이 한번도 없었으나 어찌어찌한 이유로 늘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퍽이나 불만이 많은 ‘대장 몬느’라는 번역판 제목만이 기억에 남아있던, 그리고 기적적(?)으로 제대로된 작가의 이름과 제목을 찾아내게 되었던 -, 노벨상이 유력시 된다길래 한번 집어들었던 Le Clézio의 소설집을 지금 읽고 있는 중이다.
고3때 역시 비슷한 분위기에 편승해 열심히 읽어댄 기억이 있는데,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별로 야단맞을 일도 없고 별로 돈도 안들이고 잘 읽고 있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개강이다. Licence 때와 달리 Master 과정에서는 강의시간표를 짜는데 별로 고민할 여지가 없다. 별로 선택할 꺼리가 없으니까. 몇몇 (동양인) 친구들은 그때문에 불평을 하기도 하던데 그다지 불만은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담당 교수와 함께 정기적으로 면담을 하면서 2년간에 걸쳐 제작할 영화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말이다. 얼핏 괴팍해 보이지만 사실은 퍽이나 다정해 보이는 노교수의 품을 벗어나 Alain Raoust라는 젊은 영화인의 지도하에 2년 – 잘 안풀리면 1년 – 을 보낼 예정이다. 그동안 늘 그래왔듯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을리 없고 약간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역시 늘 그래왔듯 어떻게든 지내게 되겠지.
남들보다 운이 좋다고 할 수 있는건, 다행히 그 기간동안 누나의 결혼식도 있었고 그때문에 가족들도 멀리 이국땅까지 날아왔고, 그 사이에도 아이는 매일 세끼를 먹이고 가능하면 낮잠도 재워야 한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 모든 일에 있어 내 역할이 지극히 미약한 것이라 할 지라도, 한 가족의 일원이라는 사실이 적당히 무임승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래, 한 가족의 범위 내에서 볼 때 충분히 파란만장한 여름을 나 역시 함께 살아냈다는 것이다.
그렇게 어찌어찌하여 계속해서 논문제출과 인턴 이수의 대드라인을 한 15번 정도 나의 재량으로 연기를 거듭한 끝에 한국에서 뜨끈하고 습습한 여름을 맞게 되었다. 가족들에게 약간 미안했지만 완전히 고개를 숙이지는 않고 나름 당당하게 시립 도서관에서 시원한 바람 맞으며 매일같이 책상을 마주했는데, 하고자 하는 것은 막히고 대신 열심히 책을 읽어댔다. 사라마구의 책을 한권 더 읽었고, 에코의 최신작과 에세이집도 보고, 컴퓨터가 번역한 것 같은 영화 기술에 대한 책도 보고, 뜬금없이 김소진의 소설집도 보고, 황석영도 보고, 신예 작가들의 소설집도 보고…
역시 세상일은 이상한 곳에서 묘하게 통하는 법인지, 프랑스로 돌아와서도 열심히 읽어대고 있다. Modiano의 가장 최근 소설을 읽었고, Alain-Fournier의 Le Grand Meaulnes – 이전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적이 한번도 없었으나 어찌어찌한 이유로 늘 마음속에 남아 있었고, 퍽이나 불만이 많은 ‘대장 몬느’라는 번역판 제목만이 기억에 남아있던, 그리고 기적적(?)으로 제대로된 작가의 이름과 제목을 찾아내게 되었던 -, 노벨상이 유력시 된다길래 한번 집어들었던 Le Clézio의 소설집을 지금 읽고 있는 중이다.
고3때 역시 비슷한 분위기에 편승해 열심히 읽어댄 기억이 있는데, 그때와는 달리 지금은 별로 야단맞을 일도 없고 별로 돈도 안들이고 잘 읽고 있다. 그리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개강이다. Licence 때와 달리 Master 과정에서는 강의시간표를 짜는데 별로 고민할 여지가 없다. 별로 선택할 꺼리가 없으니까. 몇몇 (동양인) 친구들은 그때문에 불평을 하기도 하던데 그다지 불만은 없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담당 교수와 함께 정기적으로 면담을 하면서 2년간에 걸쳐 제작할 영화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말이다. 얼핏 괴팍해 보이지만 사실은 퍽이나 다정해 보이는 노교수의 품을 벗어나 Alain Raoust라는 젊은 영화인의 지도하에 2년 – 잘 안풀리면 1년 – 을 보낼 예정이다. 그동안 늘 그래왔듯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을리 없고 약간 걱정스럽기도 하지만, 역시 늘 그래왔듯 어떻게든 지내게 되겠지.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