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 - 2010

기르던 개의 실종, 죽음. 그리고 위기의 부부. 이와 병렬적으로 보여지는 이들의 과거 모습 : 만남, 사랑, 결혼...

영화는 크게 현재와 과거 장면을 교차하며 제시하는데, 이미지 질감의 차이를 통해 직접적으로 이 둘을 구별짓는다. 현재가 일반적인 카메라 이미지라면 과거 부분은 마치 16밀리 화면같은 굵은 입자 효과가 도드라진다. 오해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긴 하나, 그렇지 않았더라도 혼동의 여지는 별로 없었을 것 같다. 물론 과거와 현재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가 더 중요했던 것이라면 굳이 이에 대해 사족을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무튼 두 남녀 배우가 표현하는 두 시간대는 그 자체로도 무척 인상적이다. 상영시간 내내 어떻게 이런 극적인 표현으로 이 둘을 구별짓는지 그 비밀을 하나하나 찾아내고 싶어 안달이 날 지경이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Djuna의 리뷰를 보고 해답의 일부를 찾아냈다. 두 배우가 일부러 체중을 불리기까지 했단다. 그리고 물론 메이크업과 스타일링 등이 주효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런 명확한 미장센의 요소를 넘어 배우들 - 또한 이와 분리하기 힘든 시나리오 - 의 표현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젊은 시절 그들이 품은 에너자와 순수함과 대비되는 이후의 시들고 말라붙어 건조해진 느낌을 형상화하는 것.

'드라이브'에 이어 다시 지켜본 고슬링은 여전히 반갑고 멋지다. 근래에 이 정도의 매력을 화면에서 발견한 적이 있었던가 자문해보게 될 정도로 말이다. 특히 우쿨렐레 연주와 탭댄스 장면은 어쩐지 언급하기가 민망할 지경이다. 너무 그럴 듯하게 뽑아낸 탓에 '이게 바로 대표장면이오'하는 선언같은 느낌까지 드는 탓이다. 그의 노래 능청스러운 노래 솜씨, 그녀의 풋풋함과 귀여움, 무엇보다 둘의 어우러짐. 자연스러움까지 더해 놀라울 지경이었으니.

오히려 시나리오는 평범하다는 인상이었다. 잘 쓰여지지 않았다는 뜻에서가 아니라 별로 덧붙일 이야기가 없기 때문이다. 거의 인생의 진리 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남녀가 사랑에 빠지지만 시간이 흐르고 조금씩 어긋난다는 이야기. 그 속에서 주인공들의 삶의 궤적을 따라 희노애락을 느끼기에 부족함은 없으나 그 과정에서 내 의견을 제기할 만한 순간 따윈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의미에서 말이다. 물론 그런 자명한 이야기를 생생한 묘사와 순간들로 눈앞에 그려내고 그것을 체험한다는 것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취향의 문제인 것일 뿐.

핸드 헬드일 것이라 여겨지는 자유로운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컷 수를 줄인 특정 장면의 연출, 인물의 전신과 배경을 한꺼번에 다 담아내기 보다 신체 일부만을 잡아내는 샷 구성의 경향이 종종 느껴졌다.

오프닝 타이틀을 생략하고 퍽이나 사진들을 이용해 다소 현란하게 재구성한 엔딩 크레딧이 눈길을 끄는데 그 시각적 쾌감에도 불구하고 어쩐지 이질적인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 보기좋은 사진들은 언젠가 따로 천천히 음미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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