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y Balboa, 스탤론 선생께 드리는 편지

스탤론 선생께

얼마전 '록키 발보아'를 보았습니다. 록키라는 인물과 스탤론이라는 배우가 마치 같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개봉을 즈음하여 몇몇 프랑스 언론에 소개된 내용들을 읽은 것 때문에 더욱 그러했던 것 같습니다.

솔직히 록키와 딕슨의 경기 장면에는 조금 실망을 했더랬습니다. 이제 록키는 늙었고, 전작들만큼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당연하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더 고통도 덜 느끼고, 라운드가 계속되는데도 덜 지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돌연 별로 효과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시각효과가 끼어들더군요. 이제는 록키도 전과는 여러모로 달라졌을테고, 아마도 더 깊이 성찰하고 느낄 수 있게 되었겠지만, 경기장면에서 이런 면모들이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좀 아쉬웠고요.

영화 전반부 록키의 모습은 참 초라해 보였습니다. 더이상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없고, 과거의 명성이라는 것도 이제와서는 별 위로가 안되고, 게다가 하나뿐인 아들과도 서먹하니 말이죠. 그가 아들과 얼마간의 시간을 갖기 위해 어색하게 말을 꺼낼 때,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눈물을 흘릴 때, 비로소 이 시리즈가 가진 힘에 대해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거기에 현실의 인물인 스탤론의 이미지가 겹쳐지니, 여타 영화 속에서라면 내뱉게 마련이었을 뻔한 불평도 차마 할 수가 없더군요.

솔직히 아버지의 그늘에서 허우적대고 있(다고 주장하)는 로버트라는 인물은 너무 피상적이고 뻔하게 그려진 것 같더군요. 폴리나 록키의 감정실린 대사들에서도 확실히 어떤 '과잉'이 있다고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게 록키다운 점이겠지요. 반면 록키가 보통의 호흡으로 던지는 농담과 대사들은 자연스러우면서도 마냥 가볍지 않은 느낌이었어요. 조만간에 시리즈 첫편에서 록키가 너스레떠는 장면을 다시 찾아보고 싶군요. 비교도 해 볼겸 말이죠.

어쨌거나 록키가 더 이상 우리를 찾아올 일은 없을거라는 것을 말해주는 마지막 장면을 보고 나니 시원섭섭한 마음이 드는군요. 영화 속에서 이제 가슴 속에 들어있던 것이 없어졌다고 분명히 말했는데, 그게 언제 또 되살아날지 모르잖아요? 그러니 이제는 분명히 보내주는 것이 좋겠지요. 그의 나머지 얘기들은 선생이 그를 대신해서 마저 들려주시면 되겠고요.

그럼 건강하시고, 좋은 작품 많이 만드시길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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