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아침
살인적인 고통을 수반하는 체류증 얻기 과정으로 유명한 93지역. 그의 자랑스러운 주민으로써 새벽 5시에 잠을 깨어 집을 나서 버스를 타고 경시청으로 항했다. 약 세시간여의 줄서기를 마치고 얻은 번호표를 보고 기뻤던 것도 잠시. 통장에 최소한 3000유로의 잔고가 있어야 한다는 야박한 답변과 함께 주어진 새 rendez-vous 날짜. 또 한번 하면 되는거지 뭐.
세시간을 살같이 보낼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는데 그중, 만화책은 여름이 아닌 이상 손도 시리고 조명도 부족하고 게다가 비가 오는 날엔 거의 소용이 없었고, 같은 조건에서 프랑스어로 된 책을 읽는다는 건 거의 자살행위인지라 박민규의 소설 같은게 있으면 그나마 좀 나을텐데 미리 공수해 둔 재고가 없어 불가능하고, 밧데리 수명이 거의 다해가는 듯한 iPod로 미리 저장해둔 podcast를 듣는 것은 그나마 좀 나았고, 바라기로는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새 모델을 하나 구입한다거나 PSP 따위가 있으면 무척 반가울 성 싶다.
우습게도 아침에 들은 포드캐스트에서는, 마침 인간의 권리 어쩌고 하는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이민자에 관한 내용들. 차차 전 세계가 가까와지는 경향에 따라 서로 공유하는 고민거리도 차차 비슷해지는 법. 냉정하게 말하면, 자국 국민만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더 임금이 싼 고로 더 못사는 나라로부터 수입해오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필요를 충족시킨 이후 그 인력이 계속 남아 자국 국민의 심려를 끼치는 것은 반갑지 않다는 얘기다. 마침 내 옆의 피부색 검은 한 청년이 열심히 읽고 있던 책을 슬쩍 훔처보니, 인간의 권리를 그토록 중시한다고 자부하는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자유로운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하니 그게 바로 흑인들이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어째야 한다는 얘기가 책의 중심사상일 터인데 저자의 주장이 무엇일지 퍽 궁금했다.
길고긴 줄을 지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이 사회에서 특별히 소외된 계층에 속한 이들이 아닐까 하는 씁쓸하고도 감상적인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별로 세련되거나 값져보이지 않는 그들의 옷차림, 얼굴에 괸 주름, 투박하고 거친 손 따위. 그런데 더욱 불편한 사실은, 꼭두새벽부터 힘들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비웃듯 여기저기 끼어드는 새치기꾼들이다. 그래서 종종 큰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한다. 기다림과 짜증에 지쳐 경시청 건물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럴 법한 일이다 생각이 들다가도 새치기꾼으로 야기되는 말다툼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더욱 씁쓸해진다. 말쑥한 복장에 편안히 자가용 승용차로 출근해서는 별 사소한 것을 문제삼아 이 지겨운 여정을 반복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늘 - 사실 그들이 위협을 받는 사건도 발생하곤 한단다 - 평안하고, 고단하고 피곤한 사람들은 서로서로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불편하다. 불쑥 이런 종류의 억울한 마음이 들 때면 상대적으로 훨씬 편안했던 옛날 옛적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해 보면 여전히 나 자신은 여러모로 혜택받은 사람이고 별 것 아닌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듯 싶다.
그렇더라도, 더 힘들게 지내고 있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던가, 어떻게든 더 많이 누리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며, 자신이 처한 억울함에 대해 나름의 부당함을 제기하는 사람을 욱박지르는 것은 결국 더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든 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십시오. 그것이 xx의 뜻입니다'라는 신비로운 권면의 소리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물론 당신이나 잘 하시오하고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다행히 이 곳에는 이미 봄이 온 듯, 경시청 건물을 나서자 따뜻한 햇살이 맞아 주었기에 예정보다 일찍 지하철을 내려서는 훌훌 가벼운 마음으로 강변을 걸어 리옹역 부근에서 Bercy까지 산책을 했다. 어쨌건, 나의 일상은 평화롭고 자유로움으로 가득차 있음이 이렇게 증명되었다.
세시간을 살같이 보낼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보았는데 그중, 만화책은 여름이 아닌 이상 손도 시리고 조명도 부족하고 게다가 비가 오는 날엔 거의 소용이 없었고, 같은 조건에서 프랑스어로 된 책을 읽는다는 건 거의 자살행위인지라 박민규의 소설 같은게 있으면 그나마 좀 나을텐데 미리 공수해 둔 재고가 없어 불가능하고, 밧데리 수명이 거의 다해가는 듯한 iPod로 미리 저장해둔 podcast를 듣는 것은 그나마 좀 나았고, 바라기로는 동영상 재생이 가능한 새 모델을 하나 구입한다거나 PSP 따위가 있으면 무척 반가울 성 싶다.
우습게도 아침에 들은 포드캐스트에서는, 마침 인간의 권리 어쩌고 하는 프로그램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이민자에 관한 내용들. 차차 전 세계가 가까와지는 경향에 따라 서로 공유하는 고민거리도 차차 비슷해지는 법. 냉정하게 말하면, 자국 국민만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더 임금이 싼 고로 더 못사는 나라로부터 수입해오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필요를 충족시킨 이후 그 인력이 계속 남아 자국 국민의 심려를 끼치는 것은 반갑지 않다는 얘기다. 마침 내 옆의 피부색 검은 한 청년이 열심히 읽고 있던 책을 슬쩍 훔처보니, 인간의 권리를 그토록 중시한다고 자부하는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자유로운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하니 그게 바로 흑인들이라는 얘기였다. 그래서 어째야 한다는 얘기가 책의 중심사상일 터인데 저자의 주장이 무엇일지 퍽 궁금했다.
길고긴 줄을 지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이 사회에서 특별히 소외된 계층에 속한 이들이 아닐까 하는 씁쓸하고도 감상적인 생각에 빠져들게 된다. 별로 세련되거나 값져보이지 않는 그들의 옷차림, 얼굴에 괸 주름, 투박하고 거친 손 따위. 그런데 더욱 불편한 사실은, 꼭두새벽부터 힘들게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을 비웃듯 여기저기 끼어드는 새치기꾼들이다. 그래서 종종 큰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한다. 기다림과 짜증에 지쳐 경시청 건물을 향해 고함을 지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럴 법한 일이다 생각이 들다가도 새치기꾼으로 야기되는 말다툼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더욱 씁쓸해진다. 말쑥한 복장에 편안히 자가용 승용차로 출근해서는 별 사소한 것을 문제삼아 이 지겨운 여정을 반복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늘 - 사실 그들이 위협을 받는 사건도 발생하곤 한단다 - 평안하고, 고단하고 피곤한 사람들은 서로서로 감시의 눈초리를 보내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불편하다. 불쑥 이런 종류의 억울한 마음이 들 때면 상대적으로 훨씬 편안했던 옛날 옛적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또 달리 생각해 보면 여전히 나 자신은 여러모로 혜택받은 사람이고 별 것 아닌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듯 싶다.
그렇더라도, 더 힘들게 지내고 있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던가, 어떻게든 더 많이 누리고 사는 사람들도 있다라는 식으로 몰아붙이며, 자신이 처한 억울함에 대해 나름의 부당함을 제기하는 사람을 욱박지르는 것은 결국 더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보다는 '어떤 상황에서든 늘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십시오. 그것이 xx의 뜻입니다'라는 신비로운 권면의 소리가 더 마음에 와 닿는다. 물론 당신이나 잘 하시오하고 쏘아붙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다행히 이 곳에는 이미 봄이 온 듯, 경시청 건물을 나서자 따뜻한 햇살이 맞아 주었기에 예정보다 일찍 지하철을 내려서는 훌훌 가벼운 마음으로 강변을 걸어 리옹역 부근에서 Bercy까지 산책을 했다. 어쨌건, 나의 일상은 평화롭고 자유로움으로 가득차 있음이 이렇게 증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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