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 3

스파이더맨 3 / Spider-Man 3 (2007) - Sam Raimi


영화를 보고 나서 왜 그동안 이 시리즈를 계속해서 보아 왔을까 질문을 자신에게 해 보았다. 첫 에피소드가 영화로 나왔을 때는 샘 레이미라는 이름에 많이 주목을 했던 듯 싶다. 그리고 두 주인공의 신선함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고, 스파이더맨이 뉴욕의 마천루 사이를 시원스레 활보하는 모습이 주는 쾌감이 상당했었던 것 같고. 벌써 5년여 - 맞나? - 의 시간이 지났고, 이미 많은 것을 잊었기 때문에, 전작들에 대한 감상도 기억해내기 어려웠고, 심지어 줄거리까지 종종 가물가물했다.

이야기는 아주 흥미롭지도 아주 나쁘지도 않다. 하지만 어두운 자아와의 싸움이 주는 긴장감 보다는 검은색 수트가 주는 시각적 인상이 더욱 강하게 느껴졌다. 피터가 엠제이가 일하는 바에서 춤과 피아노를 치는 장면에서 그의 움직임, 리듬은 좀 허전하거나 겉도는 느낌이었고, 에디와 처지를 바꾸는 장면은 그 우악스러움에도 불구하고 극적인 긴장은 한참 부족했다. 특히 해리와 관련된 부분은 시간적 제약 때문인지 좋았던 부분뿐 아니라 거슬리는 부분들도 있었는데, 엠제이를 협박하여 피터와 헤어지게 만드는데 성공한다는 것을 스스로 납득시키기 무척 힘들었고 - 대신 그 이면의 이야기에 대해 여러 가지 가설을 정립하고 반증하면서 나름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 돌연 마음을 돌려 스파이더맨 편에 선다는 설정도 좀 불편했다.

허나, 스파이더맨 같은 영화에서 갑자기 비밀이 밝혀지고 그로 인해 순발력있게 태도를 바꾸는 일 자체가 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건 뭐니뭐니해도 만화 원작의 슈퍼히어로 이야기이다. 거미에게 물려 빌딩을 기어다니는 것 따위가 문제가 되어선 안되는 것과 같이. 다만,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제시하는 방식이 중요한 것이다. 결정적 순간 결정적 이야기를 하기에, 평소 묵묵히 집안일이나 하던 집사가 조금 힘이 부치는 것이 사실이고, 마치 러닝타임을 의식한 듯 태도변화가 너무 급격하다는 것이 거슬리게 하는 주 원인인 듯 하다.

사실 이런 규모의 시리즈물에서 줄거리라는 것이 작품 성패의 큰 요인이 될 가능성은 별로 없는 듯 하다. 보통 나의 경우에는, 만약 익숙한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면 형상화된 인물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그 다음엔 영화의 감독, 배우들이 그간 성취한 결과에 비추어 현재의 작품을 저울질해보게 된다. 물론 그 외에도 중요한 많은 요소들이 있지만, 이미 영화에 대한 개인적 성패는 이미 끝난 셈이나 마찬가지이다.

셈 레이미에 대해 가장 기대했던 것은 다크맨의 결투 신 등에서 보여주었던 싸구려같으면서도 신선하게 느껴졌던 비주얼이 첫째였고, 둘째가 이블데드 시리즈의 발랄함이었다. 스파이더맨이 뉴욕을 활보하는 모습은 여전히 스릴있고 시원스럽지만 1, 2편을 거치며 그 쾌감은 어느 정도 익숙해졌는지 전과 같은 감흥을 느끼기 어려웠다. 반면 샌드맨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은 영화 전체의 특수 효과중 가장 만족스러웠다. 유머와 발랄함에 대해서는 대작들이 의레 그러하듯 이정도면 평범하다 싶은 수준에서 멈춰선다. 토비 맥과이어의 빛나던 존재감과 귀여움도 슬슬 전만 못한 듯한 느낌이 들고, 엠제이의 극중 존재감은 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다. 해리와 샌드맨의 경우는 기대보다 만족스러웠지만 대세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액션은 너무 빨라 따라가기가 어려운가 하면, 마지막 2:2 대결에서는 의외로 긴장감이 부족하여 실망스러웠다.

계속해서 속편이 만들어질 듯 하다는데, 다음편도 극장에서 보게 될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딱히 원작 만화에 대한 지식이나 추억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각색된 작품이 환기하는 효과가 거의 제로인데다가, 지금으로서는 감독과 배우에 대한 기대도 많이 떨어진 상태. 반면, 2편을 보고 난 직후에도 이런 비슷한 의문을 가지지 않았을까 싶은데, 당시의 느낌을 지금 되살려볼 수 없다는 것이 무척 유감스럽고, 다음에도 어떤 식이든 유혹을 이겨낼 수 없는 것 아닐까 의심스럽긴 하다.

댓글

  1. 할룽~ 나 종인이다.

    스파이더맨 1편은 그저 그랬고, 2편은 짜증났고, 3편은 안봤다. 안보길 잘 한것 같다.
    샘 레이미는 '이블 데드'외에 그닥 떠오르는 영화가 없는데 반해 자신의 이름은 꽤 올려 놓은것 같다.

    6월에 한국 온다고 했는데 날 잡혔냐?
    그거 물어보러 왔다가 스파이더맨 3 얘기가 나와서 한 마디 거들어 봤다.
    멜 보내라 뭐 하고 놀지 계획을 잡아보자.

    글구, 요새 와인에 취미 들렸으니, 한국 올때 프랑스 와인 꼭 사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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