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열렬한 환영 속에서 귀국한지 20일이 넘어간다.

한 열흘간은 밤이면 맥주를 세 캔 정도 마셔가며 만화책과 소설책 따위를 읽어댔고, 그 다음 며칠간은 한두캔 정도로 줄여가며 느긋하게 책을 읽었다. 마른오징어 구워먹기 연속 일수 기록을 세운 듯도 싶다.

집에서 유일하게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방이 마침 아기가 생활하는 곳이기 때문에 메일 확인이며 웹 서핑이며 한껏 자제하고 지냈는데, 며칠 전 우여곡절 끝에 하나tv라는 서비스를 사용하게 되었고, 거실에 인터넷 선이 하나 더 빠져나와 내 노트북을 연결하여 아기가 잠자는 시간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프랑스에서 사용하던 인터넷 tv와는 많이 다른 서비스인데, 우리는 며칠간 영화 몇 편을 보았고 아기는 귀여운 기관차들이 잔뜩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며 흡족해하고 있다.

일주일에 한번 꼴로 공덕동 처가집을 방문하는데 (1살짜리,) 3살짜리, 5살짜리, (12살짜리)들이 어울려 만들어내는 소음과 어지러움은 정말 대단하다. 핵가족 시대, 1가족 1자녀(이하)시대에 속한 부실한 아빠라 그런건지 요즘 아이들이 특별하긴 한건지 알 수 없다.

대학 동기 2명을 만났다. 많이 아팠던 친구, 그리고 벌써 두 아이의 아빠가 된 친구. 오랜만이었지만 여전히 유쾌하고 편안했고,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삼청동 골목길과 재미있는 굴뚝 그리고 맛있는 모과차도 좋았다. 다들 열심히들 살아줘서 고마왔고, 나 혼자만 팔자좋게 살고 있는 것 아닌가 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 지경이었다. 게다가 저녁이랑 차도 얻어마시고.

디지털 카메라에 문제가 생겨 통 사진을 못 찍겠구나 싶었는데, 집에서 50미리 표준렌즈(!!!)가 달린 구닥다리 수동 카메라를 발견해서 기분좋은 셔터소리, 카메라 울림을 즐기고 있다. 아버지께서 은퇴하신 고로, 전처럼 필름도 물쓰듯 할 수 없고, 말도 안되는 사진들을 인화하는 것도 죄송스럽고 하여 아껴가며 찍고, 찍은 것도 프랑스로 가져가 필름 스캔을 할 작정이다.

결정적으로,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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