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yongyang - Guy Delisle






작가가 평양의 거리를 산책하는 장면을 상상하다가 어릴적 학교 수업을 제끼고 - 아주 적법한 방식으로 - 한적히 산책을 하던 생각이 났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마땅히 직장과 학교에서 일하고 공부해야 할 시간에 별 할일없다는 듯이 거리를 걷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묘한 느낌이 든다. 당연히 모두가 그 시간에 어딘가에 틀어박혀 뭔가에 열중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그렇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하루를 어떤 식으로 보내고 있는데, 그와 다르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어쩔 수 없이 가슴이 술렁술렁댄다.

꽤 오래전부터 이 만화의 작가처럼 평양 거리를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다. 대단한 목적이 있어서도 아니고 뭔가 알아내보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나에게 금지되어 있는 일을, 나와 전혀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한순간 겪어보고 싶을 뿐이다. 한적한 거리를 걷고, 익숙하지 않은 건물들을 보고, 다른 옷차림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다른 음악을 듣고, 다른 음식을 맛보는 것. 그것도 정말 이 세상에 어떻게 이런 곳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곳에서.

조지 오웰의 1984를 들고 그곳에 갔다는 것만으로도 작가의 시선이 어떤 것일까 대략 짐작은 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말과 행동이 심하게 기울어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반대로 그가 느꼈던 낯선 감정이 퍽 공감이 가고, 그가 가졌을 막막함과 답답함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리고, 만화영화를 만들러 그곳에 가고, 안테나를 달러, 건물을 지으러, 비정부 활동을 위해, 별의 별 목적으로도 갈 수 있는 그 곳을 그냥 편안히 산책하러 갈 수는 없다는 사실이 적잖이 답답하다.

혹시나 하고 찾아봤는데 한국에도 번역이 되었다는 것을 보고 조금 반갑기도 했다. 위의 사진들은 FNAC 사이트에서 허락없이 가져온 것.

댓글

  1. 안녕하세요. 남겨주신 링크 타고 왔습니다. 영화공부하시는군요. 저도 영화공부하고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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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희태야..나다 종범이...
    일요일에서 월요일로 넘어가는 중인데, 갑자기 니가 생각이 났는데, 블로그를 우연히 찾게 되었다.

    잠깐 둘러봤는데 잘 살고 있는거 같아서 기분이 좋다...아이도 많이 큰 녀석이 있는거 같고...하는일 잘 되길 바라고, 나중에 한번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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