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인터넷 전화...

나름 고민해서 밤잠도 설쳐가며 문서작업을 하고, 남들 일어나는 시간에 겨우 친구에게 메일로 날렸다. 한국에 있는 친구가 나 대신 문서를 전달할 임무를 띠고 인쇄는 어떻게 잘 했는지 어쨌는지 하는 틈에 억지로 아침을 입에 구겨 넣고, 꼬맹이를 학교 데려다 주고 침대에 기어들어가 한 두시간 잤다. 스스로의 행복을 위하여 굳이 점심을 집에서 먹고야 마는 꼬맹이를 데리러 다시 학교에 가서 손목을 이끌어는수퍼에 들러 파스타 소스 하나 사 집에 와 또 잠깐 눈 붙이고, 점심 먹으러 다시 깼다가, 먹고 다시 침대에 기어들었다가, 최종적으로 다시 아이 학교 데려다 놓으려고 일어나 나갔다 와서 인터텟 전화로 친구를 불러냈다.

평소 이메일이나 홈페이지 따위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묘한 느낌을, 이 전화기를 보면서 받곤 한다. 처음 인터넷선에 연결하고 전원을 켰을 때 자기 혼자 열심히 뭔가 설정을 하는 것도 그렇고, 어디를 가더라도 같은 번호를 가지고 갈 수 있다는 사실 따위 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다지 놀라운 뭔가가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그렇다. 중학생 시절, 백일장날 시내 고궁의 한 매표소를 보면서 '그 속에 있으면 외로울까 아니면 낯선 사람이 반가울까?', 조금 더 어렸을 적 과학관의 한적함에서 받았던 느낌을 훝날 에코의 '푸코의 진자' 앞부분을 읽으며 다시 떠올렸다거나, 하루키씨의 소설에 등장했던 도서관의 묘사라거나... 정색을 하고 다시 보면, 뭐 대단한 게 있겠냐고 시큰둥해 지지 않을까?

사실은, 잠이 슬슬 깨기 시작하면서 전날 밤에 썼던 것들이 갑자기 우습고 그것때문에 부끄러워지고 했더랬다. 몰래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취중에 썼던 연애 편지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또 부끄럽고 그렇다.

끝으로, 엎어지면 코닿을 우리 집앞 지하철역 사진 두장.


댓글

  1. 여기 어딘지 알거같은데...혹시 꼬메ㄹ씨옹인가 거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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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Commerce 말하는 건가? 거리서 별로 멀지 않은 Cambronne 역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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