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는 장면 - 윤상은 작

무대에 등장한 무용가는 유명 발레 작품 속 비극적 장면들을 - 여성 주인공의 죽음 - 여러 방식으로 재현한다. 해당 장면의 공연 영상과 텍스트가 계속해서 무대 벽면에 투사된다. 언급된 작품들의 줄거리 요약, 어느 시기 서양 발레의 경향, 무용가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 춤추기를 멈춘 그의 육성 고백으로 극이 마무리된다.


그의 지적을 받아들인 후 목격한 발레의 클라이막스 장면들은 얼마간의 충격을 주는가 싶더니 곧 희극으로 느껴진다. 그리하여 왜 지금껏 여자 주인공의 지나치게 기구한 운명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던가 자문하게 된다. 여러 가지 이유 중에서 ‘익숙함’이란 말이 먼저 떠오른다.


지젤을 재현하는 장면의 상징성이 특히 인상적인데, 무용가가 영상 속 발레리나의 움직임을 따라하는 설정. 마치 오랜 전통을 기계적으로 흉내낼 뿐이라고, 과거의 발레를 무대에 올리는 것에 대해 선언하는 듯 했기 때문이다. 어떤 장르에서 여성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불평과 희화화가, 더 많은 생명체와 더 넓은 범위의 전통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전통 발레에 비판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영상 속과 완전히 똑같은 움직임이 무대위에서 재현되길 기대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어떻게 현대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작품에서 민감한 컨텍스트를 분리할 수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하니 머릿속이 아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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