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을 잃어버리는 일의 두려움

토요일 오후, 외출하려는데 무선 이어폰이 보이지 않아 두려워졌다. 일년 전 전자책을 잃어버렸을 때 느낀 것과 같은 공포였다. 술을 많이 마시고 이야기를 많이 한 후 쓰러져 잠들고, 다음날 자다 깨다를 반복하는 동안에도 두려움은 계속 계속되었다. 그렇게 괴로운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 아침, 침대 속에서 이어폰을 발견했다. 형언하기 힘든 기쁨을 느꼈다.

왜 어떤 물건을 잃어버리면 이렇게 힘들어지는건지 이유를 생각하니 한결 더 우울해졌다. 이어 그간 잃어버린 중요한 물건들을 떠올려 보았다. 술먹고 잃어버린 핸드폰, 역시 술 때문으로 추정되는 전자책, 이혼하면서 챙기지 못한 CD와 책들, 대학 졸업때 누나가 선물한 만년필 등이 생각난다. 끙끙 앓을 만큼 중요했던 것들도 있고, 중요하다 믿었는데 지나고 나니 아무렴 어떠냐 싶은 것들도 있다. 술마신 다음날처럼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이면 더 견디기 힘들다. 어떤 일로 희망에 부푼 순간 같으면 극복하기가 훨씬 수월하다. 이럴 땐 장마도 좀 피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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